김해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려던 건설업체가 ‘임대’로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을 고려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남지역 주택시장 실수요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제일건설㈜은 김해 진례시례지구(레포츠파크 B3 블럭)에 규모 440가구 아파트(브랜드 풍경채)를 건립할 계획이다. 해당 지구는 김해시가 낙후한 서부지역을 개발하고자 진례면 송정리 등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도시개발사업을 하고 골프장 등 복합스포츠 레저시설을 조성하는 곳이다.
2월 기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경남 미분양 아파트 물량. 김해시는 1265호다. /코시스
제일건설은 지난달 김해시와 협의해 애초 민간분양 승인을 분양전환 임대주택 승인으로 변경했다. 김해시가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제일건설은 당장 분양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10년 임대를 하고서 분양 전환 하겠다고 밝혔다. 미분양 부담을 덜고 신축 전월세 수요가 높은 지역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금융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 기업상품 중 민간임대주택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할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로 가구당 최대 1억 원 이내로 빌려준다.
김해레포츠파크제일풍경채모델하우스
제일건설은 주택도시기금 지원이 확정되면 6월 대선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가 김해지역은 미분양도 쌓여 있어 분양 흥행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행정기관 설득은 일리가 있었다”며 “건설업체 처지에서도 토지 구입비로 이미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미분양 물량(2월 기준)은 1265호다. 경남에서 창원(1352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경남 전체 미분양 물량(5088호) 24%에 해당한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08호로 경남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2459호) 1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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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설업계는 최근 경남도청에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가 나서 지역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수도권 이외 지역 미분양 아파트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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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1일 <건설정책저널-지역 건설경기 및 기업 활력 제고 방안>에서 정부가 LH로 매입을 추진하는 미분양 아파트 3000호는 전국 미분양 주택 대비 4.3%,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하희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내 미분양 주택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전체 미분양 주택 약 70%가 지방에 쏠려 있다는 점”이라며 “단기적인 정부 매입 정책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촉진이 핵심인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주택 수요를 자연스럽게 늘리고, 교통망 확충으로 지방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거주 수요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사도 지역별 주택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해 실수요층이 원하는 적정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령층 증가와 1~2인 가구 확대 등의 인구학적 변화에 맞춰 분양 전략을 단순한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